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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조국을 미워하는 이유...[김두일tv]

by good4me 2021. 4. 24.

goodthings4me.tistory.com

[출처] https://www.youtube.com/post/UgyFBOuh53l0vqpcPcN4AaABCQ

그들이 조국을 미워하는 이유 

여기서 그들이란 검찰 뿐만 아니라 지식인, 주류 언론계 종사자 등을 포함한 기득권층을 말한다.  

1.
과거 유시민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주요 레파토리 중 하나가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는 말이었다. 

“싸가지가 없다”는 단정적인 어조도 아니고 “없어 보인다”는 추측성 평가가 그들이 유시민을 싫어하는 주된 이유라는 것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2.
우선 유시민은 단 한번도 싸가지가 없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기껏해야 국회의원이 되고 처음 등원할 때 양복을 입지 않고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들어간 일명 ‘백바지 사건’이 전부이다. 이 ‘백바지 사건’은 국회 모독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난리법석을 떨어 유시민은 등원 첫날 국회의원 선서도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당시 언론에도 그 사건은 도배가 되었다. 

하지만 유시민은 대단히 예의 바른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이다. 단지 모든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똑똑한 사람이 정확하게 할 말을 다 하는 것이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는 안티의 이유로 둔갑한 것이다.

3.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유시민은 언제나 상대방을 압도한다. 정확한 팩트와 극강의 논리력을 무기로 말이다. 상대편이나 혹은 그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유시민이 매우 얄미웠을 것이다. ‘시시비비’로 제압할 수 없는 상대를 ‘호불호’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심판하는 것은 정치의 음험한 수단 중의 하나로 자주 사용되는 공작질이다.

‘싸가지 없는 유시민’은 정치적으로 유시민을 경계하는 진영에서 언론과 합세해서 만든 전형적인 정치공작의 이미지인데 가장 먼저 이를 유시민을 반대하는 진영에 던져 주고 나아가 중도층까지 고착화 시킨 이미지였다. 

비슷한 사례로 ‘빨갱이 김대중’ ‘말 많은 노무현’ 등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4.
조국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과 달리 학벌이라는 측면에서 완벽하고 유시민과 달리 조금의 반골기질도 없다. 집안도 부유하고 외모도 출중하며 성격과 인품도 훌륭하다고 들었다. 심지어 머리숱도 풍성하고 다리도 길다. 굳이 억지로 문제를 삼으려면 아재스러운 배바지 패션 센스 정도인데 이 또한 다리가 더 길어 보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런 유형의 인물에게 흠을 잡아 내기란 쉽지 않다. 나는 조국을 미워하는 사람들의 첫번째 심리적 이유로 ‘흠을 잡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5.
두번째 이유는 가장 중요한 직접적인 이유인데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노무현, 문재인을 싫어하는 기득권층의 이유와 궤를 함께한다. 

‘검사와의 대화’에서 고졸 대통령 노무현에게 ‘학번 드립’을 날린 검사가 그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우월감을 과시하면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6.
만약 노무현이 자신들을 이용해서 정적들을 제거하려 했다면 그들은 도리어 납작 엎드렸을 것이다. 어차피 자신들은 임명직으로 정년이 보장되었으니 스쳐 지나가는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잠시 엎드리는 것을 그들은 조금도 굴욕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검찰의 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민주적 통제에 따르도록 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표면적으로는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대학도 나오지 않은 주제에~’라는 표면적 자존심을 내세우는 돌출행동을 한 것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밥그릇을 건드리려고 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내심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7. 
비슷한 맥락으로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기자실 폐쇄가 있다. 기자실이라는 그들만의 특별한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장소인데 폐쇄함으로써 노통은 그들에게 미움을 받았고 재임기간 내내 재임 이후에도 기자들에게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검찰은 별도의 기자실을 제공하고 법조기자단이라는 폐쇄적이면서 기득권을 인정해 주면서그들과의 특별한 유착관계를 가짐으로써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언론의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8.
물론 기득권층이 늘 무례한 모습을 보이지만은 않는다. 자신이 굳이 경계할 필요가 없는 대상에게는 도리어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베테랑’을 보면 재벌2세 망나니로 나왔던 유아인이 자신의 소유한 병원에서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환자를 태우기 위해 기다려 주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매너에 해당한다.

황교안처럼 과도한 의전병 환자들은 도리어 집안이나 학벌 등에서 어떤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보상 받으려는 심리에서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9.
세번째는 정치적으로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조국이 당분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더 위협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 흠잡을 것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개혁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중이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는 더 좋다. 기성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유시민이 정계은퇴를 선언한지 9년이 지난 얼마전까지도 차기 대선 후보에 오르내리는 것은 유시민이 여전히 충분한 정치적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정치적으로 경쟁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반드시 저쪽 뿐만 아니라 이쪽의 야심가들 입장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10.
기득권에 타협하지 않는 흠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정치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조국이 여전히 미움을 받는 주요한 이유인 셈인데 여기에 결정적인 한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다. 기득권을 대표하는 계급이자 이상적 인물인 조국이 개혁진영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대구에서 열혈 민주당 지지자로 살아가면서 가족간의 대화 단절을 감수하는 것이고, 임은정 검사가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노무현, 문재인과 달리) 기득권의 모든 것을 다 갖춘 조국이 기득권 타파를 위해 나선다는 것은 표면적으로건 내심으로건 그를 미워하거나 경계할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11.
기득권에는 보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진영에서도 기득권이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진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민주개혁 진영이라고 표현한다. 최장집, 강준만, 홍세화, 진중권은 보수는 아니다. 그런데 20년전과 변한 것이 없는 똑같은 이론을 반복해서 설파하고 있다. 

(사실 진중권을 이 범주에 끼어주는 것조차 앞에 세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긴 하다)

12.
이태경은 "유시민이 옳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나는 참여정부 시기를 통과하면서 뼈아프게 깨달았다. 거시적 안목과 전략적 인내심이 없는 진보, 사안의 경중과 완급과 선후를 모르는 진보, 한 사회가 걸어온 경로의 무서움과 사회세력간의 힘의 우열이 가진 규정력을 인정하지 않는 진보, 한사코 흠과 한계를 찾아내 이를 폭로하는 것이 진보적 가치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진보는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이태경의 말에 100% 동의한다. 그리고 현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정의당이 그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하는 편이다. 

조국은 노회찬의 후원회장을 했고 정의당 선거에도 열심히 도왔지만 유시민의 지적처럼 ‘흠과 한계를 찾아내 이를 폭로하는 것이 진보적 가치’의 전부로 착각하는 이들에게도 결국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겨레, 경향신문이 조국에 비판적인 것도 동일한 이유이다.   

13.
(지금은 아니지만 정치 입문 초기에) 부유하면서 개혁적 이미지를 갖추었지만 미움 받지 않고 도리어 언론이 열심히 띄워주는 안철수를 보면 조국과 대비해서 생각할 내용들이 많다. 

안철수는 정치인의 외형적인 조건을 다 갖추었고 여전히 보수, 진보 주류 언론사의 기자들도 매우 좋아한다. 기득권과 적절하게 타협을 해 주는 안철수의 스탠스 그리고 황교안과 막상막하 수준의 진정한 실체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조국과는 달리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황교안이나 안철수를 긍정적으로 보는 지식인들은 혹은 언론계 엘리트들은 내심으로 ‘나 보다 못한 인물’이라는 자신감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4.
나는 학벌도 집안 배경도 개인의 능력도 없는 전문용어로 쥐뿔도 없는 보통사람인지라 모든 것을 갖춘 인물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한 인물의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 기득권에 타협하지 않아 힘든 탄압을 당했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200만명의 시민이 서초동으로 나와 ‘검찰개혁’을 외치도록 만든 작년 가을의 함성은 기득권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응원이었다면 지금 대다수 기득권이 담합해서 미워하는 조국을 보면 ‘조국대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의 민낯을 보는 기분이다.

천품이란 것이 있다. 하늘이 내린 자질 혹은 운명을 말한다. 하늘은 노무현, 문재인 같은 세상에도움이 되는 천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이명박, 박근혜 같은 끔찍한 천품을 내리기도 한다. 

문득 조국이라는 사람은 천품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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